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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again 부장님

이제 헤어질 인사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종업식 날 아침은 일찍 일어났다. 그 전날 교실 정리 하느라 바빴던 손목과 손가락이 욱신했지만 크게 아프진 않았다. 가뿐한 아침이었다. 3교시만 하고 끝나고 집에 올 아이들을 위해 밥을 든든히 먹였다. 함박스테이크 반조각, 계란 후라이 한 개, 사과 3쪽, 해쉬브라운 한 조각씩에 밥 한 덩이는 우리 아이들 아침 식사치고 꽤 무거웠지만 딸은 묵묵히 잘 먹고, 아들도 쫑알 대면서 아침을 먹었다. 평소보다 덜 차가운 공기도 마음에 들었다. 찡얼거리며 말을 하는 아들의 말을 적당히 무시하며 등굣길을 천천히 두드리며 걸어가는 발걸음도 사뿐했다. 교문 앞은 노점을 펼치며 꽃다발을 바삐 전시하는 상인들과 아이들이 뒤섞여 있었다. 지나가는 아이들의 손에도 어렵지 않게 꽃다발을..

헤어질 준비

새벽 수영 강습이 끝나 바삐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같이 강습받는 회원분이 불쑥 말을 걸었다. -(아주머니) 벌써 가요? 아직 방학이잖아요.-아, 일찍 개학을 해서 저번주부터 출근하고 있어요.-(아주머니) 우리 아들도 선생인데 걔는 방학이 길더라고. 3월까지 방학이래요.-예. 요즘은 그렇게 봄방학 없는 학교가 많더라고요. 평소 강습 중 이야기를 많이 나누진 않아도 항상 먼저 가라고 손짓해 주시고 어깨도 두드려 주시던 분이라 내적 친밀감을 갖고 있던 터라 말을 걸어주시니 내심 감사했다. 그리 길지도 않은 대화를 마치고 뒤돌아서서 나오는데 그분이 다른 분과 이야기 나누는 소리를 들었다. -나 이제 그만 오려고. 8년이나 했으면 많이 했다.-왜요?-신입 회원 들어와야 한다고 기존에 오래 했던 사람들은 자유 수..

개학 D-6

방학 후 일주일은 고향집에서 아이들과 새해를 맞이했다. 대전, 부안과 같은 거제에서는 가기 조금 먼 지역으로 짧은 여행도 했다. 거제에 돌아와서는 신입생 예비소비집일 때문에 오후 한나절 출근을 했고, 아이들 대학병원 검진과 치과 검진도 했다. 아이들 여권 갱신을 제때 못해서 재발급을 하려고 사진도 찍고, 시청에서 여권 발급 신청을 했다. 지난 두 달 쉬었던 수영을 다시 시작하고, 영어 공부도 조금씩 했다. 틈틈이 책을 읽은 후 나중에 학습 자료로 필요할 까 싶어 요약, 발췌하여 블로그에 정리를 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방학인데 아이들과 더 놀러 가야 하지 않나 하는 나름의 부채 의식 때문에 진주 과학교육원에 관람, 만들기 체험을 하러 갔었고, 어젠 오랜만에 온 가족이 부산으로 쇼핑을 하러 가기도 했다. ..

카테고리 없음 2026.02.14

돈이 있어도 못 사는

어제 오후 낮잠이나 자볼까 싶어 눕는데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다. 전날까지 친정집에 있었던 터라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 서둘러 받았는데 전화를 끊고 나니 휴대전화에 눌려 있던 얼굴이 벌갰다. 첫 통화 시간 59분. 그렇게 일단락 됐나 싶었지만 그 이후로 아빠에게 다시 전화를 7번을 더 했다. 낮잠은커녕, 바깥은 벌써 이른 어둠이 내려앉은 초저녁이 되었다. 평소 드물게 안부 확인차 연락하는 것 외에 아빠와 이번처럼 오랫동안 통화를 한 적이 없었다. 아빠와 무슨 통화를 그렇게 오래 해야 했을까 천천히 적어본다. 평소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은 아빠는 나에게도 종종 여러 종목을 추천하고는 하셨다. 아버지의 권유와 녹아내리는 원화 가치가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이 5년 전이었고 조금씩 투자를 시작했다. 집에 내려..

순간의 선택

방학이 아닌데 성탄절을 맞이하는 일은 꽤 드물다. 올해 여름방학이 예년보다 무척 길었던 이유로 아직까지 방학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때는 좋았지만 한해가 끝나는데 아직 학교라니. 아무래도 어제는 성탄절 전날이라 학생들과 주로 크리스마스 관련 만들기를 하고 영화를 봤다. 학기말이니 교육과정 마무리가 다 되고 교과서 진도도 모두 나가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다음 주 방학을 하면 역시 여름방학이 무척 길었던 이유로 예년보다 짧은 겨울방학을 지나 개학 후 아이들과 3주 정도 더 봐야한다. 그 3주 동안 해야 할 분량은 조금씩 남겨야 해서 교과서 진도 나가느라 허겁지겁할 정도로 여유가 없진 않다. 여유 없는 사람은 나다.학기 말 해야 할 일들을 파도처럼 밀려와서 방학식까지는 일에 떠밀려 가지 않도록 정신을 딱 ..

마흔이면 해야 할 것들

마흔이면 해야 할 것들정답 없음by 커버 > 작가명 클릭">다시Dec 13. 2025올해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릴 수 없으니 기어코 이 기차가 2025년 끝을 향해 달리는 것을 끝끝내 볼 텐데 나는 올 한 해 무엇에 달렸는지 무엇에 매달렸는지 돌이켜 봐야 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40이었다. 만 나이로 하면 아직 38이네, 생일 지났으니 39이네 꼼수 부릴 것 없이 딱 마흔 시작이었던 올해가 작년과 크게 달라진 것은 그 나이였다.3으로 시작했을 때와 4로 시작하는 나이는 겨우 1 차이일뿐이지만 같을 수는 없었다. 사회적으로 누가 뭐래도 어른인 나이가 되었으니 그에 걸맞은 마음가짐, 행동거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흔이면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라는 인터넷 페이지가 핸드폰에서 자주..

너를 기다리는 시간

뒤도 안 돌아보고 운동장으로 달려 나가는 너는나에게 귀한 것을 준 것도 모를 테지 아무도 없는 도서관 한 구석익숙한 자리에 온몸을 널어두고기다림을 만끽한다 숨 가쁘게 지나간 하루아직도 할 일이 켜켜이 쌓여 있지만다 미루고 기다림에 집중한다 네가 있는 운동장을 기웃거리지 않고잘했네 못했네 평가하지 않고너의 시간에 끼어들지 않는다내가 할 일은 잘 기다리는 것임을 잊지 않는다 느린 듯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아깝지만 헐하게 흘려보내는 중이다네가 땀에 젖은 뜨듯한 숨을 뱉으며 돌아올 때잘했다 멋지다 칭찬해주지 않을 테다기다리는 시간을 줘서 고맙다할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너만이 줄 수 있고 나만 할 수 있는너를 기다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할퀴고 상처 줬던 말도넘치게 사랑스러운 말도달게 흐르는 시간 속에 사라..

취미는 잘 자기

취미는 잘 자기by 커버 > 작가명 클릭">다시Nov 4. 2025날씨가 추웠다 풀리기를 반복하여 아직은 더운가 싶다가도 아침이면 정신이 번쩍 드는 가을이 계속 지나가고 있다. 교실 밖에서 보이는 풍경이 제법 알록달록하고 이파리들이 몇 장 안 남은 나무들도 있는 것을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싶다. 10월 휘몰아치듯 일들이 지나갔고 월요일 2학기 동료장학 공개수업까지 마치고 나니 이렇게 또 한 해가 지나간다고 새삼 놀랍다. 반 아이 서너 명이 코를 훌쩍이고, 기침을 하며 대부분 아이들이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며 컨디션이 급변하는 계절. 누구는 벌써 패딩을 입고 있는데 어떤 아이는 덥다면서 에어컨을 연신 외치는 이런 날씨.결석하는 아이들이 점차 늘어나면 독감이 퍼지고 있다는 뜻인데 아직은 그 수가 많지 않아..

꽃들이 건네는 인사

꽃들이 건네는 인사by 커버 > 작가명 클릭">다시Oct 13. 2025열흘이나 되던 긴 연휴가 끝나고 출근하는 월요일. 평소의 월요일도 힘들었지만 오늘 학교로 내딛는 발걸음은 유달리 무거웠다. 추석동안 마음 편하게 먹고 놀며 즐긴 시간이 길었던 만큼 교실로 들어섰을 때 머릿속은 오늘 해야 할 일로 이미 포화상태였다. 그래도 일단 아이들과 인사는 해야지.오랜만에 본 아이들은 교실 문 앞에서부터 내게로 달려와 인사한다. 우리 반의 아침 인사는 특별하다.아이가 교실 문을 들어서먼 나는 묻는다. "몇 번 인사?"인사 방법이 무려 6가지나 있다.개별로 6 가지고, 2-3개씩 조합하여 새로운 인사를 하는 아이들도 있어 아침 인사가 꽤나 진지하다. 첫 번째 인사, 고개 숙여 공손히 인사하기-안녕하세요? 배꼽 손하..

빨래와 바람

추석동안 묵은 빨래를 끝내놓고씻으러 들어가려다가빨래들만 이 시원하고 단 바람을쐬는 것이 아까워나도 빨래처럼 널어두었다 한글날 태극기가 휘릭휘릭쉬지않고 나부끼고옷걸이 빨래가 걸린 자리에서요리조리 바람을 고르게 맞을동안 몇날 며칠째인지 젖어있던이 몸도 서서히말라가는가 쪼그라드는가사그라드는가 날리워지는가 늦은 오후 사람들 소리 잦아들어가는데바람은 구름도 밀어버리고건조대 가득 널어둔 빨래마다무거운 축축함도 거둬버리고마음 속속들이 돌아다니느라 바쁘다 빨래가 다 마를 때 마음도 마르려나마음이 마를때까지바람을 가둬 놓아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