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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진짜 스승이 된 적은 아직 없는 10년차 교사.
2010년 9월 첫 발령 그 해 3학년 1반 아이들은 잘 있을까?
아직도 마음 속에 놓아주지 않는 아이들이 이름. 얼굴. 그리고 그때 내 모습
금요일 수업을 마치며 오늘도 한숨 한 번 길게 내쉬지 못하고 일 분 일 초를 아끼며 수업을 했다.
아이들에게 그래도 스승의 날 의미는 알게 해주고 싶어 편지쓰기를 시켰다.
1학년 때 동학년 선생님들이라 편지를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랬기도 했고 그 바람에 나도 편지 한 통 받자고 한 일이었다.
아이들은 그렇게 많이 나오지도 않았던 작년 1학년 때의 기억을 어렴풋이 좋게 기억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이름을 기억하진 못했지만.......
OO이는 작년 우리반 아이였다가 올해도 우리반이 된 아이다. 그 아이는 내 이름 끝글자를 잘못 알고 있었다.
OO하 선생님인 줄 안다.
아무튼 아이들이 편지를 쓰고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들께 편지를 주러 간다니 참 대견했다.
과정이야 어쨌든 시간 안에 편지를 다 썼고 그 손으로 전해주러 간다니 기특했다.
그러나 역시나 교실을 찾지 못해 다시 돌아온 아이 손을 끌고 데려 갔는데 작년 동학년 선생님 얼굴을 뵈니 기억이 떠올라 그랬는지 울컥했다. 작년에 그 고생을 같이 한 선생님이 편지 한통에 흐뭇해 하는 모습에 덩달아 울컥했고 뿌듯했다.
그리고 OO 어머님께 문자가 왔다.
한번 찾아와 인사를 하고 싶다는 거였다. 마음은 고마웠지만 굳이,,하는 생각에 처음엔 사양을 했지만 그러면 편지라도 지킴이실에 두고 가겠다는 말씀에 잠깐 인사를 했다. 몇 달사이 키가 조금 컸는지 OO가 의젓해졌다.
OO..
작년 7월부터 1월말까지 매주 2번씩 나랑 피터지게 공부를 한 아이.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시작으로 수업을 하면 끝까지 집에 언제 가냐고 묻던 아이.
난독증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한글 연수를 찾아 듣고 책을 들추게 하던 아이.
나의 교사로서 자질과 능력과 인내심을 매시간 테스트하던 아이.
그렇게 목놓아 ㄱ과 ㅈ의 소리를 알려주었지만 매번 헷갈리던 아이.
그리고 끝내 한글 미해득으로 반편성을 하고 2학년 근처 신설초등학교로 전학을 간 아이.
그렇게 마음 속에 참 짐이 된 아이였는데 그 아이가 자기 손으로 쓴 카드를 들고 왔다.
받아쓰기를 30점 받았다는 엄마의 말에 어두웠던 작년 한해 그 시간과 마음이 환해졌다.
글은 술술 읽고 30점이지만 수업 시간에 어느정도 하고 있다는 말이 그렇게 반가웠다.
물론 받아쓰기 점수 30점이 뭘 증명할 수 있겠냐만 그래도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시간을 견뎌줬고
나도 힘들었지만 모른 척 넘어가지 않고 1학년을 마치길 다행이었다.
내가 OO의 스승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누군가의 스승으로 기억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도 선생님들을 떠올리면 그저 최선을 다하셨던 그 모습을 기억할뿐이다.
그 젊으셨던 선생님들. 나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들은 지금의 나보다 대부분 젊으셨다.
그분들이 주었던 지식은 어디론가 흘러갔지만 나는 그 분들이 학생인 내게 보여줬던 어떤 모습에 이끌려 교사란 직업을 택했고 지금껏 하고 있다.
하루하루 벅차고 시간에 쫓겨 겨우 하루살이를 이어가지만
그래도 오늘 OO의 편지는.. 그리고 그 어머님의 얼굴은 한동안 잊혀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