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나 혼자 있다

다시 그리고 같이

다시봉봉 2023. 6. 5.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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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1월 중순 왼발 세번째 발가락이 부러진 이후 회복되는데 두달이나  걸려서 강제로 쉬었고 그 이후 3-4월은 바쁘다고 쉬었다. 좀 바쁜 시기가 지나가서 등록하려고 가니 수영장 보수 공사라고 다시 쉬었다. 주말에 집에서 좀더 먼 다른 수영장에 가기도 했지만 꾸준하진 못했다. 역시 나란 사람에게 운동은 강습비를 내야 할 수 있는 거였나.

벼르고 별렀다가 공사가 끝다기에 저번주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새벽 5시반 수영 강습, 이전에 다니던 시간으로 등록했다.

다시 들어간 수영장은 똑같아 보였지만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같이 초급반 강습을 받던 몇 분들은 이제 중급반으로 올라가 있었다. 얼굴이 익숙한 다른 회원들은 그간 실력이 많이 향상되어서 연습 앞줄 선두에 서 계셨다. 처음 보는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그 분들 사이에서 또 다칠까봐 움츠러들었다.

나만 4달 전과 똑같았다.

여전히 맨 뒷줄에 섰고 25m 두번에 숨이 꽉 차서 온몸으로 힘들다고 소리없이 아우성을 내질렀다.

앞서서 치고 나가는 것보다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이 없을 때 편했다.

여전히 물이 무서웠지만 또 그 물 속에서 향하는 시선이 편안할때도 있다.

많은 운동이 있지만 수영을 선택했던 이유는 혼자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었다. 다인수의 강습을 받다보면 개인 운동이라는 것도 잊어버릴 때가 많지만 수영장 바깥의 시끌벅적함은 물속에 잠기는 순간 고요로 바뀐다.

철저히 나 혼자다.

물속에서 들리는 것은 저 멀리 첨벙거리는 발차기 소리와 코에서 올라가는 기포 소리뿐이다.

수면을 중심으로 데시벨의 차이가 극단적이다. 수면에서 팔과 다리가 부딪칠 때 그 파동은 소리로 변환되어  두 귀를 때리지만 물 속으로 들어가면 그 소리들은 모두 동글동글 뭉쳐져서 공기 방울들과 수면으로 떠오른다.

계속 수영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한 차이에서 오는 고요함이 좋아서다.

 

투명하고 파란 물 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겉에서 봐서는 일렁거려 알기 어렵지만 물 속에서는 분명하다.

물 위에서 보이는 것은 튀는 물방울과 잠겼다 올라오는 사람들의 얼굴과 팔이 대부분이다.

물 속으로 들어가야 알 규칙적인 타일의 무늬와 쉼없는 발차기 덕분에 생기는 수억의 물방울들이 보인다.

너무나 정직한 나의 시선. 보이는 것은 그 것이 전부다. 다른 데 눈 돌릴 여유없이 딱 그것만 볼 수 있어 좋다.

 

그래서 잘 못하는데도 일년을 배우고 있나보다.

일년이 다 되도록 호흡은 불안정하고 발차기는 할 때마다 혀가 쏙 빠지게 지쳐 버리지만 사실 나에게도 달라진 것이 있다.

 

바로 같이 할 사람이 생겼다. 우리 딸이다.

주말에 가면 어린이 수영장을 색색의 튜브와 수영복을 장착한 아이들로 넘쳐난다.

저희들끼리 잠수도 하고 대결도 하는 아이들을 보면 연습에 방해되는 면은 있어도 흐뭇했다. 아무런 두려움 없이 물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참 부러웠다. 부모님과 같이 처음 온 아이들은 엄마 아빠 품에 안겨 무서워 하지만 이내 적응하고 잘 논다. 나도 우리 애들이랑 와야지 와야지 생각만 하다가 같이 왔다. 그냥 딱 오면 되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좀 시간이 걸렸다.

 

딸에게  예쁜 수영복도 사주고 제일 좋아하는 색깔인 연보라색의 수모, 물안경, 킥판까지 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딸의 생각이었다.

"수영 배워볼래?" 물어보면 절래절래.

나만큼 겁이 많은 딸이라 처음이 얼마나 두려울지 알아서 강요하진 않았다.

 

"그럼 수영장 갔다가 목욕하러 가자."

목욕탕을 좋아하는 딸이라 일단 시작은 대형 목욕탕이 있는 수영장에 갔다.

수영은 발차기만 조금 알려준 후 금방 목욕탕에 갔다. 목욕 다 한 후 구운 계란이 미끼였다.

그렇게 두어번 같이 수영장에 갔다가 내가 다니는 수영장엔 이번 주말 처음 갔다.

어린이 수영장 입구 쪽에서 손 내밀면 바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발차기도 하고 호흡도 했다. 물 속에서 뽀글뽀글 거품이 올라가는 게 재미있었나보다. 물 속에서 같이 손 잡고 얼굴 마주 보면서 호흡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킥판을 잡고도 너무 힘을 많이 주니까 몸이 금방 가라앉았는데 조금씩 킥판을 잡고 발을 차며 앞으로 나갔다. 몸이 뜨는 것을 느끼는지 재미있어 했다. 물 속에 들어간지 한시간 반이 되어 몸이 떨리기 시작해서 이제 나가자는데도 더 하자고 한다.

성공이다.

 

혼자 하는 운동이라 수영을 했고 소란 속에서 고요한 시간이 좋았는데 그것을 알아줄 사람이 생기니 좋다.

아직 초보 딱지를 떼지 못한 엄마지만 발차기 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 엄마라서 다행이다.

다시, 그리고 같이 오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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