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포로가 뭐야?"큰 아이의 말에 핸들을 잡은 두 손에 땀이 배어 나왔다. 현충일을 맞이해 인근에 있는 포로수용소에서 어린이 체험행사를 한다기에 가던 길이었다. 여름 맞이로 산뜻하게 머리를 자른 큰 아이는 바뀐 헤어 스타일이 마음에 드는지 연신 머리칼을 매만지는 중이었다. 포로, 사로잡힌 적. 그 단어가 흐린 하늘처럼 아득해지고 빛바래서 낡은 깃발같이 펄럭였다.우리가 간 곳은 거제 포로수용소다. 거제는 한국 전쟁 당시 인민군, 중공군 등 전쟁포로를 수용했던 큰 감옥이었다. 섬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극적으로 활용하여 17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포로들을 가두어 둔 곳말이다. 그 사실까지 모두 잊은 듯 초록의 나무와 후덥지근한 공기가 포로수용소 분수 광장 전체를 메웠다.아이들은 신이 났다.목요일인데 학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