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동료가 책을 주셨다. 70-80권 정도 되는 WHY 시리즈다. 지금은 조금 읽기 어렵지만 나중엔 잘 읽을 책이었다.
문제는 정리다. 이 책들을 넣으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아이들 방(잠자는 방 맞은 편에 책보고 놀 수 있는 가족룸이 있다)을 정리할 때가 왔다.
아이들 물건은 지속적으로 정리하고 있으나 문제는 물건들이 외부에서 끊임없이 들어온다.
외부 유입 물건 목록은 이렇다.
1. 유치원, 학교에서 받아오는 책(아이들 유치원에서 매달 감사하게도 책을 보내주신다)
2. 유치원, 학교에서 아이들이 푼 문제집, 학습지(거의 매일 학습지가 있고 문제집등은 주마다 들어옴)
3. 유치원 학교에서 아이들이 만든 작품!
4. 아이들이 집에서 만든 만들기, 종이접기, 그림
5. 문구점에선 산 장난감
6. 장난감을 포장한 상자(둘째는 이런 것을 버리지 않음)
7. 먹고 난 음료수 병, 비타민 병 등 용기(둘째는 이런 것을 절대적으로 좋아함)
일부러 돈을 주고 장난감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보다 학교나 유치원에서 들어오는 것들의 양이 상당하다. 아이들 작품이나 학습지는 클리어 파일에 착착 정리를 한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도 여느집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일단 거실에 전시를 한동안 하고 그다음 작품이 들어오면 자리를 비켜줘야 하기 때문에 클리어 파일 안으로 들어간다.
문제는 이런 물건들이 끊임없이 우리집으로 밀고 들어온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함부로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엄마의 잣대대로 물건을 버릴 시 매의 눈인 아이들은 금방 알아차린다.
없으면 없구나 하지 않고 다시 찾아놓으라고 난리를 피운다(특히 둘째)
나는 상당히 정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사실 좋아한다기 보다 정리된 집안을 감상하는 것이 취미인 사람이다.
그런 나도 건들지 않는 부분이 아이들 방이다.
아이들 방은 나름의 규칙과 질서가 있다. 아이들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너무 잘 안다.
몇 주 전에 사준 조그만 샤프가 몇 번째 가방 주머니에 있는지 귀신같이 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없을 때 정리를 마쳐야한다.
일단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냈다.
시간이 없다. 서둘러야 한다.
둘째 유치원 등원을 마치고 일단 버릴 것들을 꺼냈다. 아이들 놀이방 그 좁은 곳에 책쟁과 서랍장도 참 많다. 결혼할 때는 없었는데 아이가 자랄 때마다 그것들을 숨겨줄 책장과 서랍장을 하나 둘 마련하다 보니 많아졌다.
구석구석 쌓여있는 물건들의 목록도 다음과 같다.
1. 한때 열광했던 디폼블록 작품들(한 가득 재활용하려면 다 분리해서 다시 쓸 수 있으나 요즘 안 만듬)
2. 이제는 안 가지고 노는 퍼즐(다이소에서 산 코코몽, 시크릿쥬쥬 퍼즐)
3. 아기였을 떄 봤던 책들(추억이 담긴 물건)
4. 아기였을 때 가지고 놀던 플리스틱 장난감(과일 자르기, 주방 놀이)
5. 아이들이 만든 종이접기(비행기, 물고기, 팽이, 공룡 등등)
6. 플라스틱 용기(레고 상자, 장난감 상자, 간식 용기 등)
7. 아이들이 유치원 과학실험 작품들
8. 그동안 그림 그렸던 스케치북, 종합장, 공책
물론 이사할 때마다 계절마다 보기 싫을 때마다 아이들 물건을 정리했다.
정리는 했지만 계속 들어오는 물건 덕분에 구석에 쌓인 것들이 이정도다.
일단 비운 후 책을 소독하여 빈 자리에 넣었다. 다행히 다 들어갔다.
이제 꺼낸 물건들을 버릴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
기준은 아이가 최근에 가지고 놀았느냐! 한번이라도 찾았느냐!로 했다. 가차없이 퍼즐, 디폼블록, 플라스틱 장난감, 종이접기 등은 쓰레기봉투와 재활용 상자에 넣었다. 이제는 보지 않는 책들도 정리해서 한쪽에 밀어 두었다. 아기였을 때 하루에 몇 번씩 반복해서 읽던 책들, 그동안 살아남았던 아이들을 어쩔까 했지만 사진을 찍어 두고 같이 정리했다.
아이가 한참 신고다녔던 거실화도 버릴까 하다가 이것은 다시 한쪽에 두었다.(다행히다. 오후에 온 아이가 실내화를 찾고 기뻐했다.)
스케치북과 종합장은 버리기 힘들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충 그린 그림, 정성을 다해 색칠도 하고 서툴지만 꽤나 노력한 흔적들이 보여 버릴 수 없었다. 사진으로 찍기도 힘들어서 다시 서랍장 위쪽에 쌓아뒀다. 언젠가 안녕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레고 상자는 각이 있어서 정리하기 편해 버리지 않았다. 다만 음료수병, 플라스틱 비타민 병, 이제는 못 갖고는 끈끈이 장난감 등은 버렸다. 만약에 찾으면 먹던 사탕 빈 병을 주면 된다. 유치원에서 가져온 주제별 문제집은 더 보지 않는 것 같아 버렸다. 그렇게 3시간을 정리하니 얼추 된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책상까지 닦으니 깔끔해졌다.
그렇게 뒤집어 놓고 청소를 했는데 왠지 청소하기 전이랑 비슷한 것 같아도 마음만은 편안하다.
오후에 집에 돌아온 아이들은 깔끔해진 방을 알아차리진 못했다. 다만 새롭게 들어온 책에 정신이 팔려서인지 뭘 버렸는지 아직은 모르는 것 같다. 모른체 할 셈이다.
나도 미니멀리즘 하고 싶다. 아무것도 없이 최소한의 것들로 살고 싶다.
그러기엔 난 물욕이 너무 많다. 그리고 우리집엔 나를 닮은 아이가 둘이다.
아이들 물건 어떻게 절리들 하시는지, 핸드폰에서 보는 저들의 집은 너무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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