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나 혼자 있다

다시 나의 집

다시봉봉 2022. 2. 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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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월요일 오후 2시 30분 코로나 확진 후 일주일째

더 길게는 2월 14일 월요일 9시 50분 다원이 보건소 검사 후 이주일 그리고 오늘

이주일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시간은 어쨌든 내 마음이 서운하든 답답하든 상관없이 흘러갔다.

다원이의 졸업식과 시언이의 수료식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고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친구들과의 인사도 없이 집에서 우리 넷이서 하루 하루를 보낸 지난 2주의 시간이 어쨌든 지나갔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이렇게 답답하게 느껴진 것도 처음이었다.

집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같이 하고 퇴근 후 나를 반겨주는 따뜻한 곳이었고 우리 가족을 포근하게 지켜주는 곳이었다. 그러나 2주 동안 집은 나가지 못해 안달이 난 곳이었고 여기 저기를 둘러봐도 갑갑하고 따분하며 바깥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가 유혹적이어서 그 소리들에 질투심이 일어 세상 따분하기 짝이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거슬렸고 더 세심하게 들어오는 먼지가 성가셨다.  그렇다고 열심히 청소하고 싶지 않은 그냥 집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열심히 청소를 하고 싶었다. 

원래 나의 집처럼 둘러보면 편안하고 따뜻해지던 나의 집으로 만들고 싶었다.

우리들의 손이 닿았던 곳을 열심히 닦았다 아이들의 물건을 정리하고 내가 베고 누웠던 이불가지들을 빨았다.

만지지도 않았지만 왠지 세균이 남아있을 법한 곳은 모두 닦았다. 

결혼할 때 샀던 소파와 식탁이 너무 낡아 손때가 반들반들해서 더 열심히 닦아도 세월의 흔적은 벗겨지지 않았다.

특히 소파는 아이들이 매일 뛰어 노는 곳이라 더 심해서 저번에 사두었던 소파 커버로 덮었다.

청소는 두시간이 훌쩍 지났고 아이들도 자신들이 놀이방을 정리하며 어느 정도 청소를 마치니 다시 원래 나의 집이 되었다. 청소를 하고 난 뒤 사실 아까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테지만 그 행위를 한 것으로 2주의 시간이 정리된 느낌이었다.

다시 포근하고 편안한 나의 집이 된 것 같았다.

 

첫주는 설이 있었고 개학까지 코로나 확산이 심해 집에 있었다.

2월에 꼭 가고 싶었던 지심도의 동백은 나중에 가기로 하고 집에서 쉬었다. 그리고 개학 후 4일 나는 학교, 아이들은 각각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갔다. 나흘동안 다원이가 확진자와 접촉하여 확진이 되었고 당연한 순서로 시언이, 그리고 나와 남편까지 모두 확진이 되어 집이 감옥이 된 2월이었다. 억울하고 화가 났다.

확진자 관리는 가정에서 각자 알아서 하는 거라지만 열이 40도에 달하는 아이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때는 세상 모두가 원망스러웠다. 그런 원망스러운 마음도 사실 한순간이었고 뉴스에서 봤던 일들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이 너무 새삼스럽고 어색했다.  각자 할 일을 잘하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2주의 시간이 지나고 오늘.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식탁에 모여 같이 간식을 먹었다.

너무 오랜만에 식탁에 네 식구가 모였다. 내 몸 어딘가 있을지도 모르는 바이러스가 다시 아이들을 괴롭힐까 무서워 금방 마스크를 쓰고 아이들을 보았다. 2주 동안 아이들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아이들에게 집은 어떤 공간이었을까?

 

2월이 거의 지났다. 이제 단 하루. 내일은 집에서 나가 오랜만에 아이들과 바깥 공기를 같이 마실거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가지 않을 작정이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돌아다니며 온 몸으로 세상을 둘러볼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이 지나 다시 집으로 들어왔을 때 예전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나의 집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