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입학식 이후 오늘 정식 수업 첫날! 첫째는 8시 20분에 등교했다. 준비물이 많아서 오늘은 가방을 들어주었다. 교문 앞에서 무거운 가방을 건네 주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큰 아이들 틈에서 작은 아이가 자기 몸보다 큰 가방을 메고 뒤뚱뒤뚱 걸어간다. 손에 있는 준비물 가방이라도 들어주고 싶은데 학교 안에 들어갈 수 없어 눈으로만 거들었다. 새로운 시작을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3월 2일 우리 딸이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했다. 아이도 나도 아침에 참 마음이 들떴다. 오늘부터 휴직이라 여유있는 상황인데도 7시부터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느라 벌써 가야할 시각이 다 되었다. 첫째는 나와 같이 가고 둘째는 아이 아빠가 데리고 가기로 해서 먼저 집에서 나섰다. 9시 30분에 시작되는 입학식에 늦지 않게 정문에 들어섰다. 모이기로 한 운동장에 같이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앞에서 선생님들이 부모님은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아쉽게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 마치는 시각까지 있다가 운동장에 갔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가 들어가는 초등학교는 내가 2015년 거제에 처음 왔을 때 발령받은 학교이다. 그리고 그해 3월 첫째를 임신해서 10월까지 근무하다가 11월에 출산을 했다. 처음 만들어진 학교는 모든게 낯설고 준비가 안된 모습이었다. 운동장도 공사중이었고 계단 교실 어느 한군데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아 아이들이 처음 학교에 온 날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모두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학교에 일년이 채 안된 기간 동안 근무하다가 육아휴직으로 3년을 쉬고 다시 2019년에 복직을 했다. 그때 첫째가 다섯살, 둘째가 세살이었는데 나는 오랜만에 1학년을 맡아 정말 바쁘고 정신없던 한해를 보냈다.
그리고 2022년 3월 우리 딸이 그 학교에 입학을 한 것이다. 뭐 대단한 운명까지는 아니지만 학교의 처음 모습을 알고 있는 내가 내 딸을 학교에 입학시킨다는 마음이 조금 남다른 것을 사실이다. 어린이집 유치원까지 아이는 이미 시설에 4년간 적응을 한 상황이지만 초등학교 입학은 좀 다른 느낌이다. 이제 진짜 학생이 되어 친구들을 사귀고 선생님과 공부하며 스스로 생활 습관을 정립하는 것이다. 엄마 앞에서는 아기처럼 행동하고 온갖 마음을 표출하며 자유롭게 지낼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서 어떤 모습을 하게 될 것인지 많이 궁금하다. 만약 휴직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은 잠시, 나의 하루를 살기 바빴을 것이다. 아이의 하루를 온전히 알 수 없겠지만 하교 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모두 들어줘야겠다. 그것이 내 휴직의 이유이니까.
첫째 등교 이후 늦게 일어난 둘째는 아침 먹기도 전에 심통을 부린다. 어린이집에도 늘 아침마다 가기 싫다고 전쟁을 치렀는데 오늘 아침도 역시 격렬히 투쟁을 했다.
둘째는 18개월부터 어린이집에 갔다. 그때 내가 좀더 데리고 있다가 어린이집에 보냈다면 조금 달랐을까? 어린이집에 가던 그 해 아이는 참 많이도 아팠다. 아픈 아이에게 해열제를 대강 먹이고 열이 떨어지면 조마조마하며 어린이집으로 들여 보낸 후 나도 울면서 출근을 했다. 많이 아픈 3살을 지나 4살에는 집 근처 민간어린이집에 갔는데 그땐 또 코로나가 처음으로 나타난 상황이라 아이들이 많이 등원하지 않을 때 혼자 일찍 등원을 하고 출근을 하던 마음도 편치 않았다. 다행히 네살 다섯살에는 많이 아프지 않고 어린이집을 다녔는데 이상하게 아침이면 안간다고 투정을 부리고 먹는 것 입는 것 온갖 것에 짜증을 부려 아이를 달래다 지치면 나도 화를 내던 그런 날들이 이어졌다.
지난 2월 말 첫째가 코로나 확진이 되면서 온가족이 확진이 되는 바람에 어린이집에서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친구들과 헤어져서 그런 것일까? 새로운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것이 아이한테도 많이 떨리고 힘들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아이는 유치원으로 가는 길 내내 울면서 화를 쏟아낸 후에야 겨우 진정이 되어 들어갔다. 손도 잡지 않는다고 하다가 이제 엄마 가야한다니까 그때서야 작고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
올해 한 학기 휴직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만약 원격수업을 하게 되거나 확진이 되면 아직 1학년이기 때문에 내가 집에 있는 것이 안정적이기 때무에 선택한 것이었다.
사실 첫째는 많이 꼼꼼한 편이라 걱정이 덜했기 때문에 내가 학교 다니면서 육아시간 쓰면 되니까 괜찮지 않을까? 휴직을 망설였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옆반 선생님이 했던 말이 휴직을 결정적이었다.
내가 편한 것보다 아이가 정말 행복해했다고.....
생각해보면 첫째, 둘째 너무 어릴 때부터 내가 일을 했기 때문에 아무리 일찍 마치고 간다고 해도 3-4시.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 하고 눈도 못뜬 아이들 입에 뭐라도 넣어야 했기 때문에 빨리 빨리를 외치며 아침을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아침이 지나가면 나는 아이들 생각할 겨를도 없이 퇴근까지 우리반 아이들 가르치고 일을 하고 가까스로 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아이들 데리러 또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달려갔다. 그렇게 3년을 생활을 하니 좀 버거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여유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이번 휴직을 계기로 아이들이 집과 학교, 유치원에서 모두 만족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가정 관리, 아이들 관리에 힘써야겠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글을 쓰는 것처럼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재충전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새로운 시작!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이렇게 강조를 해본다.
새롭게 초등학생으로 시작하는 첫째, 유치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둘째, 그리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3월을 맞이하는 나!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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