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나 혼자 있다

입학적응기간이 끝났다?

다시봉봉 2025. 3. 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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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입학식 이후 2주간의 입학적응기간이 끝났다. 다음 주부터는 교과 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물함에 고이 모셔놨던 빳빳한 새 교과서에 콧바람을 본격적으로 쐬어줘야 할 때다.

초기입학적응기간 2주 동안, 아이들은 학교 생활 맛보기를 했다.

시식코너에서 잘 구워진 소시지, 만두를 먹는 것처럼.

 

원래 일과운영 시간보다 비교적 짧은 8시 반부터 1시까지, 아직 방과후학교(지금은 선택형 프로그램이라고 불림), 늘봄학교(맞춤형 프로그램이라고 함)도 시작하지 않아 등교한 후 금방 점심을 먹고 또 금방 학교가 끝나니 아이들 입장에선 유치원보다 빨리 끝나 좋았을 수도 있다.

 

 선생님은 처음 들어선 초등학교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아이들에게 최대한 친절하고, 상냥하게, 그리고 다정한 말투로 다가간다. 고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서로 다른 아이들이 시간차를 두고 하는 똑같은 질문엔 모두 대답을 하며,  울며 보채고 짜증을 내는 아이들이 있어도 웃으며 기다려준다.

 

깔끔한 교실의 깨끗한 책상과 사물함, 잘 정리된 놀잇감, 매일매일 다르게 배우는 재미있는 공부, 아직 어색한 친구들과 좀 더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놀이까지. 학교 다닌다고 할 때 형, 언니들이 혀를 끌끌 차며 좋은 시절 다 갔구나 아이에게 겁을 줬을 테지만 생각만큼 힘들지 않은데 했을 것이다.

 

유치원에 비해 뭐든 큰 학교, 교실도 급식소도, 운동장도, 한 건물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하다못해 사람들도 커서 어리둥절하고 겁이 났지만 이 정도만 할만하다고 속으로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맛보기 체험이 끝나면 시식 코너에서 잘 구워진 만두를 먹을 때의 바삭함과 고소함만 느낄 수 없다.

프라이팬을 꺼내서 식용유를 둘러 기름이 튀도록 요리를 해도 만두는 노릇노릇 구워질 때도 있고, 속이 안 익어 차가울 때도, 너무 바싹 익어 탈 때도 있다.

본격적인 학교 생활은 늘 재밌고 친절할 수는 없다.

손수 오리고 붙인 대왕 문어

 

지난 2주 동안 1학년 우리 반 아이들이 배운 내용을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학교 생활 지도

1. 우리 반 인사 방법(1번 안녕하세요  2번 악수  3번 하이파이브)

2. 화장실 사용 방법(화장실에서 뛰지 않기, 물 꼭 내리기, 손 씻기)

3. 급식소 이용 방법 (급식소에서 걸어 다니기, 편식하지 않기, 잘 정리하기, 우리 반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4. 신발장, 사물함, 책상 위치 기억하기(다른 친구 자리에 실내화, 신발 넣지 않기)

5. 사물함, 책상 정리 방법

6. 줄 서는 방법(번호대로 1줄, 남녀 번호대로 2줄 등)

7. 우리 반 구호 연습

8. 쉬는 시간, 수업 시간 지키는 연습(타이머 켜놓기)

9. 보건실 찾아갔다가 다시 우리 반으로 오기

10. 학교 둘러보기(1층부터 3층 -하루,  뒤뜰 놀이터 - 하루, 다시 3층부터 5층, 별관 3-4층 - 하루 총 3일)

11. 빗자루, 쓰레받기로 내 자리 청소하기(최대한 많이 쓰레기 모아 오기)

12. 놀잇감 사용하고 정리하기

 

학습 지도

1. 안내장 제출하는 방법(가방 속 L자 파일 확인  후 바구니에 종류별로 정리)

2. 안내장 뒤로 넘기는 방법(한 장 하고 뒤로 넘기기)

3. 선긋기(본격적인 선긋기 전 간단하게)

4. 학용품 사용 안전 교육 후 가위질, 풀칠하기

5. 바른 자세와 발표 방법(자기 소개하기 학습지)

6. 복도, 계단, 놀이터 안전 교육 후 안전 협동화 그리기

7. 협동 놀이(한발 술래, 짝꿍 박수, 집어 놀이, 보물찾기 놀이 등)

8. 노래 배우기(뭔가 좋은 일이, 친구가 되는 멋진 방법, 청소송)

9. 그림책 읽기(학교가 즐거울 수밖에 없는 12가지 이유, 친구를 모두 잃어버리는 방법, 새 친구 만드는 방법, 사뿐사뿐 따삐르, 당근 유치원 등)

10. 종이접기(반듯하게 네모, 세모, 대문, 방석 접기하여 비행기, 까마귀 접기)

 

기억나는 대로 쓰면 이 정도다.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학교 생활 습관과 학습 내용을 배웠다. 한 번만 가르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매일, 앞으로 1년 동안 반복해야 할 내용이다. 입학적응기간에 집중적으로 가르쳐놔야 아이들도 편하고, 나도 수월하다.

 기본적인 내용을 초등학교 내내 가르치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안 지키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안전사고와 학교폭력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한다.

 

이렇게 가르쳐도 아이들은 수업 시간이랑 쉬는 시간을 아직 구분을 못하고, 자기 가방 안에 있는 안내장도 꺼내놓을 줄 모른다.

 

"밥 먹으러 언제 가요?" 수시로 묻고,

밥 먹을 땐 교사에게 계속 와서

"물 먹으러 가도 돼요? 더 먹어도 돼요? 친구가 놀려요."등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드러낸다.

 

"집에 가고 싶어요!"

"무서워요!"

"언니 보고 싶어요!" 하며 울고

 

"선생님 다했어요!"

"이거 맞아요?"

"선생님 말할 게 있는데요!"

"내가 먼저 줄 섰는데 친구가 끼어들었어요!"

 

잘한 것은 자랑하고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서운한 것은 그때그때 말하면서 아이들과 선생님은 매시간 서로에게 적응해 나간다. 입학초기적응기간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학교 생활이 시작된다고 앞에서 썼지만 아이들은 이미 본격적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온몸을 던져 새로운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이 바다는 지금은 너무 크고 위험한 것 투성이로 보일 테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사실 바다가 아니라 개울이었고, 작은 웅덩이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자신들이 살아가는 이 작은 물웅덩이보다 더 큰 세상에서 뛰쳐나가기 위해 6년 동안 모든 에너지를 모을 것이다.

그 시작이 되는 1학년, 3월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2주동안 아이들 관찰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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