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9 2

유월이면

"엄마! 포로가 뭐야?"큰 아이의 말에 핸들을 잡은 두 손에 땀이 배어 나왔다. 현충일을 맞이해 인근에 있는 포로수용소에서 어린이 체험행사를 한다기에 가던 길이었다. 여름 맞이로 산뜻하게 머리를 자른 큰 아이는 바뀐 헤어 스타일이 마음에 드는지 연신 머리칼을 매만지는 중이었다. 포로, 사로잡힌 적. 그 단어가 흐린 하늘처럼 아득해지고 빛바래서 낡은 깃발같이 펄럭였다.우리가 간 곳은 거제 포로수용소다. 거제는 한국 전쟁 당시 인민군, 중공군 등 전쟁포로를 수용했던 큰 감옥이었다. 섬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극적으로 활용하여 17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포로들을 가두어 둔 곳말이다. 그 사실까지 모두 잊은 듯 초록의 나무와 후덥지근한 공기가 포로수용소 분수 광장 전체를 메웠다.아이들은 신이 났다.목요일인데 학교도..

잼 먹고 잼 먹고 - 잼은 사 먹는거야.

주말에 친정에 갔다.  더운 날씨에 아버지 잘 계시는지 궁금하여 오랜만에 간 친정 나들이였다.  토요일 점심때에 맞게 도착하여 아버지와 점심을 먹은 후 집에 올라왔다. 6월인데 벌써 일주일째 푹푹 쪘다. 이렇게 6월부터 더우면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면 어떻게 될는지 이번 여름이 걱정이었다.아이들과 집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걷는데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뒷마당으로 향했다.십몇 년 전 이 집을 지을 때 뒷마당에 심었던 앵두나무가 빨간 앵두를 가득 달고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예감은 적중했다. 어느새 무성해진 가지와 잎사귀 사이로 빨간 앵두가 여기저기 잔뜩 달려있었다.  한 움큼 따서 입안에 털어 넣었다. 조금 때가 지난 것 같았지만 여전히 시고, 달큼한 과즙이 입 안 전체를 휘감았다. 엄마가 먹는 모습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