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1

슬기로운 취미 생활

나의 취미는 악기 연주다. 엄청 우아해 보인다. 집에 있는 악기를 말하자면 일단 산지 7년 된 야마하 전자 피아노 1대 10년 된 오만 원짜리 우쿨렐레 하나 남편이 청혼할 때 연주하겠다고 나 몰래 산 통기타 하나 딸이 목재 체험장에서 만든 칼림바 하나, 그전에 예뻐서 산 아크릴 칼림바 하나. 리코더 두 개. 그리고 오늘 내가 만든 칼림바 하나 더 추가했다. 요즘 연주하는 악기는 피아노, 우쿨렐레, 칼림바다. 초등학교 때 유일하게 받은 사교육이 피아노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가 데려갔던 에인절 피아노 학원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주말 빼고 매일 갔었다. 나보다 두 살 많은 사촌 언니, 내 동생까지 같이 다녔다. 여름 방학, 겨울 방학 방학에도 쉬지 않고 정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맨날 다녔다. 5년..

커피 한 잔

커피를 좋아한다. 정확히 맥심 모카골드 믹스커피를 뜨겁게 타 먹는 것을 좋아한다.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서 먹는 커피 맛은 잘 모르겠고 한잔을 다 먹기도 힘들다. 나중에 알았는데 나는 카페인에 민감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그날 밤 잠은 다 잔 거다. 그래서 나만의 커피 음용법이 있다. 새벽에 일어나서 믹스 한잔. 퇴근하고 와서 다시 또 한잔. 이렇게 두 잔이면 충분했다. 따뜻하고 달다. 가볍지만 텁텁하다. 다 마시면 아쉽지만 더 먹긴 쓰리다. 예전엔 종이컵에 마셨는데 요즘은 컵에 타서 마신다. 손이 따뜻해져서 좋다. 식은 커피는 별로다. 차가운 내 손을 덥혀주면 노곤노곤해져서 좋다. 누군가 말하기를 믹스 커피 한잔을 마시면 평생 배출이 안된다고 한다. 건강에 안 좋아서 믹스커피 마시는 사람 별로 없지 ..

숙제를 해야 하는 이유

금요일 점심 시간 점심을 먹고 교실로 올라오니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교실에서 노는 아이들이 많다. 블록을 갖고 놀거나 교실에 있는 보드게임으로 논다. 복도에서 옆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잡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간단하게 양치를 하고 아이들이 신청한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 책상 옆에 서 있는 것을 좋아한다. 한 두명이 옆에 오기 시작하면 또 다른 아이들도 와서 기어이 책상을 둘러 싸고야 만다. 강강술래를 하자는 것인가? 아이들이 옆에 서서 이야기를 건네지만 동시에 많은 아이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이야기에 대답을 해야 하는 건지 헷갈린다. -선생님 강아지 좋아해요? 고양이 좋아해요? -선생님 오늘 체육 뭐해요? -선생님 체육 팀 어떻게 나눠요? -선생님 화장실 다녀와도 돼..

다시 그 아이들

휘몰아치는 2주가 지났다. 지난 2주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학년이 바뀌고 교실이 바뀌고 동학년 선생님들이 바뀌었다. 업무가 바뀌고 교장선생님이 바뀌고 많은 선생님들이 오고 갔다. 우리 딸과 아들은 학년이 올라가고 유치원 반이 달라졌다. 반깁스를 두 달간 했던 왼발은 이제 조심만 하면 된다기에 깁스도 풀었다. 새 학급 일지를 만들었고 교실 환경을 바꾸었다. 2월 말. 학교는 이렇듯 많은 것이 바뀐다. 뒤섞인 레고 조각들 속에서 맞는 조각을 하나 둘 찾아서 맞추다 보면 어느새 그럴듯한 모양이 만들어지듯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새 3월을 맞이한다. 새 학년 교육과정 연수 기간 중 학년과 업무가 정해졌다. 원하던 학년과 원하는 업무를 배정받았다. 이런 일은 극히 드문데 그것이 가능했다. 동학년 선생님들과 처..

사춘기라서 그래요

드디어 방학이다. 방학이 되기까지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교실에서는 독감에 걸려 일주일째 못 나오는 아이들이 연이어 있었고 코로나 환자도 우리 지역에 연일 300-400여 명을 웃돌았다. 작년에는 성탄절 전에 방학을 했었고 평균적으로도 이렇게 늦게 방학을 하진 않았는데 어째 갈수록 방학이 늦어지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했다. 그래도 시간은 빨리 지나가서 드디어 방학이 되었다. 방학 첫날. 새벽 수영도 건너뛰고 아침잠을 열심히 자고 있는데 일찍 깬 딸이 학교 늦었다면서 나를 일으켜 세웠다. 딸은 오늘 하루 더 가야 했다. 아침을 챙겨주고 있는데 아들이 깨우지도 않았는데도 꿈틀거리면서 엎드린 채 나온다. 딸이 등교하고 아들과 침대에 계속 누워있었다. 아들 냄새를 킁킁 맡으면서, 간지럼도 태우..

왼발 세 번째 발가락

이번주 목요일, 오랜만에 새벽 수영을 갔다. 방학이니까 더 열심히 가려고 마음먹었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평소보다 쉽지 않았다(하긴 쉬운 날이 없긴 하다)전날 오리발 수업을 못 가서 아쉬운 마음에 다른 날보다 더 열심히 했다. 평영 발차기 연습을 했는데 초급 수영반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서는 나는 이제 막 출발을 했지만 속도가 느려서 이미 돌아오고 있는 다른 분과 만나기 일쑤였다. 4가지 영법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평영이다. 앞으로 쑥 미끄러지게 발차기가 자연스럽게 되지 않는다. 짧은 다리와 작은 발을 탓해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발차기가 정확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아무튼 의욕만 앞선 발차기를 하다가 맞은편에서 돌아오는 분과 나의 왼발이 부딪쳤다. 물속에서 부딪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

아빠와 함께 겨울 여행

겨울방학을 맞아 친정에서 일주일을 보내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 아이들 옷가지며 책, 장난감, 칫솔, 로션 등을 잔뜩 챙겨 자동차에 싣고서 친정에 도착한 것은 벌써 저녁 6시였다. 마을에서 떨어져 산골 중턱에 있는 친정집은 해가 이미 진 뒤였지만 하얀 눈이 반짝였고 사륜 구동이 아닌 우리 차로는 녹았다가 얼기를 반복하여 반들반들한 마당에 들어갈 수 없었다. 몇 번을 시도하다가 결국 마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맞은편 눈밭에 주차했다. 그제야 아! 여기 장수지! 지금 살고 있는 거제는 눈이 정말 귀한 곳이지만 장수는 여름엔 비가, 겨울엔 눈이 많이 내리는 산골 중에 산골이다. 나는 거기서 29살이 되도록 살았어도 결혼해서 거제에 산 이후로는 눈을 보기가 어려워 눈을 잊었었나 보다. 내가 주차를 도통 못하고 있으니..

상처주지 않고 아이를 움직이는 엄마의 말

1. 학원 갔다 왔어?? 밥 먹고 숙제해 - 학교 수업에 학원까지 갔다 오느라 힘들었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좀 쉬어 2. 엄마 바쁜 거 안 보여? 나중에 얘기해 - 엄마가 바쁜데 좀 도와줄래? 얼른 끝내고 우리 이야기 하자 3. 너는 도대체 잘하는 게 뭐냐? - 이세상에서 너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 있을거야. 4. 다른 애들은 알아서 척척 진로도 정하던데, 넌 뭐가 되려고 그러니? - 걱정하지 마. 천천히 준비하고 움직여도 절대 늦지 않아. 5. 공부나 잘하면 말도 안 해 - 공부까지 잘하면 좋지만 그래도 엄마는 네가 다 좋아. 6. 기껏 학원 보내줬더니 하는 말이라곤. 대학 안가면 뭐 먹고 살건데? - 대학에 관심이 없다면 그 대신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찾았니? 7. 본론만 말해. 그..

2023/독서 후기 2023.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