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나 혼자 있다 30

2년째 초급반입니다-수영의 목적

7월 말 방학을 하고 2주 동안 수영장에 못 갔다. 친정에도 갔었고, 시부모님과 제주도 여행도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수영장도 일주일은 휴가 기간이었기 때문에 나만 진도가 뒤처지진 않겠다 싶었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워서 수영장에 안 갔던 기간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도 되기에 좋았다. 먹을 것도 마음껏 먹었고 2주 동안 몸도 마음도 편했는지 몸무게도 2킬로 이상 늘었다. 제주 여행 내내 3끼 이상 잘 먹고, 중간중간 카페에서 차도 마시고, 아이들 먹는 과자 아이스크림도 같이 먹었으니까 당연한 결과였다. 월요일 오랜만에 수영장에 갔는데 뭔가 긴장 어린 느낌이었다. 초보 레인 회원들이 모두 선생님 얼굴만 보고 있었다. 준비운동을 마치면 출발을 하려고 앞으로 모여 줄을 서는데 웅성웅성한 느낌이..

방학엔 계곡이지

방학엔 계곡이지by 커버 > 작가명 클릭">다시Aug 06. 2024늦은 여름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아이들과 친정으로 갔다. 방학이면 일주일 정도 친정에 머물렀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궁금해서 전화했다. 방학했냐?""아니오. 곧 해요. 이번 방학이 늦어요. 방학하면 바로 갈게요." 방학 때가 넘은 것 같은데 아이들이 오지 않자 평소 딸에게 전화하는 일이 드문 아버지가 전화를 하신 것이다.그만큼 이번 여름방학은 늦게 시작되었고 한 학기 마무리가 더뎠다. 하지만 결국 학기가 종료되었고, 방학날 전날 미리 가방을 싸서 끝나자마자 친정으로 향했다. 친정에 가면 할 일은 뻔하다.일단 청소를 하고, 냉장고 정리를 한다. 혼자 사시는 아버지는 본인이 주무시고, 입고, 식사하는 딱 1인분 ..

아빠의 카톡 프로필

카톡을 자주 보지 않는다. 예전엔 카톡 프로필을 바꾸는 것도 소소한 재미였고, 다른 사람들 프로필을 보면서 근황을 아는 것도 쏠쏠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것도 뜸해졌다. 카톡으로 안부를 나누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지인들의 새로운 메시지보다 광고 문자, 개인정보 동의 문자 등이 더 많이 오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남편이 금요일 오전에 보냈다던 카톡도 일요일에서야 확인했다.이 정도면 정말 무심한 것도 맞다. 지난 주말 친정을 다녀온 이후 날씨가 더웠는데 아버지는 잘 계시는지 싶어 카톡을 하나 보낼까 하다가 아빠의 프로필을 열어봤다. 메인 프로필을 재작년에 우리 아이들과 갔던 덕유산 향적봉 등반 사진이 2년째 바뀌지 않고 그대로다. 바탕 사진도 작년에 친척분들과 가셨던 한라산 등반 사진이다. 별 생각 옆이 왼..

유월이면

"엄마! 포로가 뭐야?"큰 아이의 말에 핸들을 잡은 두 손에 땀이 배어 나왔다. 현충일을 맞이해 인근에 있는 포로수용소에서 어린이 체험행사를 한다기에 가던 길이었다. 여름 맞이로 산뜻하게 머리를 자른 큰 아이는 바뀐 헤어 스타일이 마음에 드는지 연신 머리칼을 매만지는 중이었다. 포로, 사로잡힌 적. 그 단어가 흐린 하늘처럼 아득해지고 빛바래서 낡은 깃발같이 펄럭였다.우리가 간 곳은 거제 포로수용소다. 거제는 한국 전쟁 당시 인민군, 중공군 등 전쟁포로를 수용했던 큰 감옥이었다. 섬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극적으로 활용하여 17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포로들을 가두어 둔 곳말이다. 그 사실까지 모두 잊은 듯 초록의 나무와 후덥지근한 공기가 포로수용소 분수 광장 전체를 메웠다.아이들은 신이 났다.목요일인데 학교도..

잼 먹고 잼 먹고 - 잼은 사 먹는거야.

주말에 친정에 갔다.  더운 날씨에 아버지 잘 계시는지 궁금하여 오랜만에 간 친정 나들이였다.  토요일 점심때에 맞게 도착하여 아버지와 점심을 먹은 후 집에 올라왔다. 6월인데 벌써 일주일째 푹푹 쪘다. 이렇게 6월부터 더우면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면 어떻게 될는지 이번 여름이 걱정이었다.아이들과 집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걷는데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뒷마당으로 향했다.십몇 년 전 이 집을 지을 때 뒷마당에 심었던 앵두나무가 빨간 앵두를 가득 달고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예감은 적중했다. 어느새 무성해진 가지와 잎사귀 사이로 빨간 앵두가 여기저기 잔뜩 달려있었다.  한 움큼 따서 입안에 털어 넣었다. 조금 때가 지난 것 같았지만 여전히 시고, 달큼한 과즙이 입 안 전체를 휘감았다. 엄마가 먹는 모습을 보자..

토요일에 출근하는 이유

토요일 오후, 더없이 한가로울 이 시간에 학교에 왔다. 디지털 새싹 캠프(본교 선생님이 하시는 정보화 수업)에 참가하는 딸을 데려다 줄 겸 교실에서 정리할 일이 있어 주말에 학교에 왔다. 어제 퇴근 전 교실 청소도 다 하고 나와서 깔끔한 교실에 들어선 마음도 산뜻했다. 격주로 토요일마다 수업을 했던 초임 시절엔 토요일 출근도 당연한 것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토요일에 학교에 왔다.딱히 큰 일은 없지만 나이스에 소소하게 정리할 것들이 있었다.1. 상담 기록(상담현황 간단히 기록)2.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 중 누가기록(문제행동이나 칭찬할만한 일들을 누가기록함)3. 수행평가 기록(수행평가 후 채점 및 나이스 기록)4. 출결 마감(매월 말 출결 서류 정리 및 마감) 주중엔 차분하게 앉아 이런 것들을 정리할 만한..

바람이 부는 언덕 - 거제 오수 언덕에서

바람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은 했다.저녁 식사로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과 목살을 구워 먹고 두둑해진 배를 비스듬하게 뉘어 캠핑의 백미인 불멍을 시작하려고 했다. 쌓아 올린 장작 사이에 불꽃이 넘실거려 늦은 5월의 저녁을 덥혀줬다. 너른 캠핑장에 아무도 없이 우리 가족만 덩그러니 있어 불꽃 타닥타닥 타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점점 더 커지는 것은 그뿐만 아니었다.  바람 소리였다.요즘 인기 있는 에스파 'Supernova' 가사처럼 장작을 태운 불꽃은 바람을 맞아 거세게 일었다. 사건은 다가와 Ah Oh Ay거세게 커져가 Ah Oh Ay 올해 첫 캠핑이었다.더운 날씨를 못 견뎌하는 남편과 첫째 덕분에 한여름 캠핑은 어림없고, 주로 가을, 아침저녁으로 선선할 때 캠핑을 갔다. 좋은 시설에 편리한 캠핑장 ..

영어 공부의 목표 - 통할 때까지

일요일 오전 한 주 동안 들었던 영어 라디오 프로그램을 복습하면서 문득 든 생각.나는 도대체 언제쯤 영어 공부를 그만둘 수 있을까?중학교 1학년 영어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이 나이까지 영어 공부는 계속 진행 중이다.멈춘 적이 없었다. 올해 나의 목표는 영어를 제대로 말하는 것이다. 사실 매년 목표도 그러했다. 조금씩 모습은 바뀌었지만 대체로 꾸준히 공부하여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이 항상! 늘! 언제나 목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달라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여전히 외국인을 보면 울렁거렸고, 낱말 쓰기도 버벅거리는 때가 많다. 쉬운 문장도 일상생활에서 적용하기 쉽지 않은 현재 내 상황을 돌이켜 봤을 때 뭔가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하다.  일단 영어 학습 루틴은 이렇다. 1. 6:30~ 아침마다 ..

세잎이든, 네잎이든

경주에 간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여행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이면 항상 외갓집, 할아버지댁 가느라 정작 아이들이 원하는 곳에는 가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아이들과 여행을 가고 싶었다. 경주는 우리에게 특별한 여행지다. 아이들과 이미 두 번 여행을 갔었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곳이었으며, 도시 특유의 분위기가 요란하지 않고 고요해서 좋다. 아무튼 여행을 간다고 선언을 몇 주 전부터 했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가기 싫었다. 월요일부터 이어진 비가 화요일에도 이어져 드문드문 빗방울을 뿌렸고, 학교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이 경주까지 여행을 머뭇하게 했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일단 출발했다. 거제에서 경주는 2시간 조금 넘는 거리지만, 부산에서 경주까지 고속도로와 국도가 매우 ..

이겨본 경험

어느 학년 군에서든 제일 중요한 과목은 수학이고, 그만큼 아이들이 싫어하는 과목도 수학이다.아이들이 언제부터 수학을 싫어하게 되었을까?숫자가 들어간 다양한 보드게임은 좋아하고, 숫자 세기도 잘하고, 구구단, 나눗셈, 하다못해 369 게임까지 못하는 것들이 없는데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치에 비해 수학을 너무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수학 첫 시간 아이들이 수학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말했을 때 공부를 잘하는 아이든, 그렇지 않은 아이든 공통된 반응은 하기 싫고, 짜증 나고, 두렵다는 부정적인 감정이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재미있는 게임을 많이 하면서 즐겁게 공부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즐거운 수학 공부? 수학은 일주일에 4시간 들었다. 나와 수업시간에 하는 것들은 수학책, 수학익힘책 순서로 하다가 똑똑 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