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이라는데 아침 기온이 꽤 쌀쌀하다.
얇은 겉옷 틈새로 추운 기운이 스며드는 것을 채 느낄 새도 없이 아침이 또 후다닥 지나가고 있다.
아이들을 모두 보내고 난 지금 온전히 내 시간이다.
7시에 빼꼼 안방 문을 밀고 들어온 아이는 아침 산책을 가자고 한다.
6시 반에 일어났었는데 조금만 더 잔다는 것이 벌써 7시가 되었다.
"오늘 월요일이야! 학교 갈 준비해야지!"
아이한테 하는 소리인지 나한테 하는 소리인지 말을 뱉고 밥부터 앉히러 간다.
아이는 입을 삐죽이고 서운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새롭게 한 주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 대신 안아주는 것 대신 나는 부엌으로 안방으로 종종 거리며 다니고 있다.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날걸.
휴직 후에도 평일 아침엔 항상 바쁘다.
하지만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면 고요해지리라는 것을 알기에 정해진 루틴대로 할 일을 처리한다.
부엌 정리를 하고 취사로 빨리 된 밥을 떠서 조그만 김밥을 말아 접시에 올려두면 아이는 종알종알 쉬지 않고 말을 하며 밥을 먹는다. 오물오물 하는 그 입을 바라보며 아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던 것이 생각나 서둘러 말한다.
"딸~ 사랑해."
"나도."
그러는 사이 둘째가 깨어난다. 소리도 없이 거실로 나오더니 빨려고 둘둘 말아둔 이불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조그만 몸이 그 틈새에서 쉴새없이 또 움직이며 아침을 시작한다.
평소에는 8시 넘어서까지 자다가 첫째 학교 데려다 줄 때 쯤 일어나서 식탁에 앉는 아이가 오늘은 삼십분이나 일찍 일어났다. 밥을 다 먹은 첫째는 알아서 이를 닦고 머리를 빗고 있다.
오늘은 어떻게 묶어 줄까? 물으면 한참 고민하지만 엄마가 사실 해줄 수 있는 스타일은 몇 개 없는 걸 아는 아이는 똥머리를 해달라고 한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서 금방 풀어져 버리는 머리를 물을 묻혀 가지런히 빗고 가는 고무줄을 대여섯개를 사용하여 칭칭 감는다. 그것도 모라자서 묶은 머리 아랫쪽으로 핀 세개, 위로 세개, 커다란 리본까지 꽂아야 끝이다.
오늘 입은 옷은 자주색 체육복에 꽃무늬 롱티셔츠, 그 위에 후드티.... 그렇게 입어도 너는 이쁘구나.
예전에는 원피스나 치마만 입으려고 하더니 작년부터는 체육복, 바지를 좋아한다. 편하니까 그렇단다.
자기가 입을 옷을 야무지게 양말까지 고르는 아이에게 저 꽃무늬 원피스가 더 이쁜데....하는 말이 안나온다. 스스로 옷 입는 아이에게 그렇게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는 거겠지...근데 원피스가 정말 더 이쁘다.
첫째 등교 시간이 다 되어서 나가려는데 둘째도 같이 가겠다고 해서 서둘러 옷을 챙겨주고 같이 나왔다.
등교길이 좁아서인지 정말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줄지어 가는 모습은 볼 때마다 아슬아슬하다.
우리 아이들은 요리조리 저마다 피해서 부딪히지도 않고 잘 다닌다. 자기 보다 훨씬 큰 언니오빠 사이를 자기들끼리 손을 꼭 잡고 천천히 잘 걸어간다. 첫째가 교문으로 잘 들어간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여러 개의 계단, 오르막길이 힘들었는지 둘째가 어부바를 해달라고 한다.
힘든 건 나도 마찬가지라 저기 안쪽에서 들어가면 해준다고 하니 칭얼거린다. 온몸으로 투정을 부린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업어주니 업혀 있으면서 내 어깨와 팔을 때린다.
두 팔을 휘두르며 때리니 몸도 휘청휘청하는데도 계속 칭얼댄다.
집에 와서도 양치를 안한다고 유치원에 안가겠다고 한글이야호를 봐야겠다고 쉬지않고 요구를 늘어놓는다.
아무 대꾸없이 앉아있다가 말을 꺼냈다.
"엄마한테 할 말 없어?"
"없어."
"알았어. 엄마는 아까 시언이가 사람들 많은데서 엄마 때려서 속상했어. 이제 유치원 갈 시간이야. 긴 바늘이 12 가리키면 출발할거니까 양치해."
떼를 부리던 아이는 좋아하는 베게 속에 파묻혀 다시 칭얼칭얼.
못 들은 척 하니 알아서 화장실에서 양치를 한다.
이렇게 아침 두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둘째까지 유치원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왔다.
며칠동안 비가 많이 오고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는데 오늘은 춥긴 하지만 날씨는 화창하다.
아이들 마음도 오늘 하늘처럼 화창했으면 좋겠는데 섭섭한 마음을 안고 헤어진 것 같아 또 미안하다.
오후에는 맛있는 딸기 스무디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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