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6 8

토요일에 출근하는 이유

토요일 오후, 더없이 한가로울 이 시간에 학교에 왔다. 디지털 새싹 캠프(본교 선생님이 하시는 정보화 수업)에 참가하는 딸을 데려다 줄 겸 교실에서 정리할 일이 있어 주말에 학교에 왔다. 어제 퇴근 전 교실 청소도 다 하고 나와서 깔끔한 교실에 들어선 마음도 산뜻했다. 격주로 토요일마다 수업을 했던 초임 시절엔 토요일 출근도 당연한 것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토요일에 학교에 왔다.딱히 큰 일은 없지만 나이스에 소소하게 정리할 것들이 있었다.1. 상담 기록(상담현황 간단히 기록)2.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 중 누가기록(문제행동이나 칭찬할만한 일들을 누가기록함)3. 수행평가 기록(수행평가 후 채점 및 나이스 기록)4. 출결 마감(매월 말 출결 서류 정리 및 마감) 주중엔 차분하게 앉아 이런 것들을 정리할 만한..

바람이 부는 언덕 - 거제 오수 언덕에서

바람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은 했다.저녁 식사로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과 목살을 구워 먹고 두둑해진 배를 비스듬하게 뉘어 캠핑의 백미인 불멍을 시작하려고 했다. 쌓아 올린 장작 사이에 불꽃이 넘실거려 늦은 5월의 저녁을 덥혀줬다. 너른 캠핑장에 아무도 없이 우리 가족만 덩그러니 있어 불꽃 타닥타닥 타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점점 더 커지는 것은 그뿐만 아니었다.  바람 소리였다.요즘 인기 있는 에스파 'Supernova' 가사처럼 장작을 태운 불꽃은 바람을 맞아 거세게 일었다. 사건은 다가와 Ah Oh Ay거세게 커져가 Ah Oh Ay 올해 첫 캠핑이었다.더운 날씨를 못 견뎌하는 남편과 첫째 덕분에 한여름 캠핑은 어림없고, 주로 가을, 아침저녁으로 선선할 때 캠핑을 갔다. 좋은 시설에 편리한 캠핑장 ..

영어 공부의 목표 - 통할 때까지

일요일 오전 한 주 동안 들었던 영어 라디오 프로그램을 복습하면서 문득 든 생각.나는 도대체 언제쯤 영어 공부를 그만둘 수 있을까?중학교 1학년 영어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이 나이까지 영어 공부는 계속 진행 중이다.멈춘 적이 없었다. 올해 나의 목표는 영어를 제대로 말하는 것이다. 사실 매년 목표도 그러했다. 조금씩 모습은 바뀌었지만 대체로 꾸준히 공부하여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이 항상! 늘! 언제나 목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달라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여전히 외국인을 보면 울렁거렸고, 낱말 쓰기도 버벅거리는 때가 많다. 쉬운 문장도 일상생활에서 적용하기 쉽지 않은 현재 내 상황을 돌이켜 봤을 때 뭔가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하다.  일단 영어 학습 루틴은 이렇다. 1. 6:30~ 아침마다 ..

세잎이든, 네잎이든

경주에 간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여행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이면 항상 외갓집, 할아버지댁 가느라 정작 아이들이 원하는 곳에는 가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아이들과 여행을 가고 싶었다. 경주는 우리에게 특별한 여행지다. 아이들과 이미 두 번 여행을 갔었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곳이었으며, 도시 특유의 분위기가 요란하지 않고 고요해서 좋다. 아무튼 여행을 간다고 선언을 몇 주 전부터 했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가기 싫었다. 월요일부터 이어진 비가 화요일에도 이어져 드문드문 빗방울을 뿌렸고, 학교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이 경주까지 여행을 머뭇하게 했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일단 출발했다. 거제에서 경주는 2시간 조금 넘는 거리지만, 부산에서 경주까지 고속도로와 국도가 매우 ..

이겨본 경험

어느 학년 군에서든 제일 중요한 과목은 수학이고, 그만큼 아이들이 싫어하는 과목도 수학이다.아이들이 언제부터 수학을 싫어하게 되었을까?숫자가 들어간 다양한 보드게임은 좋아하고, 숫자 세기도 잘하고, 구구단, 나눗셈, 하다못해 369 게임까지 못하는 것들이 없는데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치에 비해 수학을 너무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수학 첫 시간 아이들이 수학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말했을 때 공부를 잘하는 아이든, 그렇지 않은 아이든 공통된 반응은 하기 싫고, 짜증 나고, 두렵다는 부정적인 감정이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재미있는 게임을 많이 하면서 즐겁게 공부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즐거운 수학 공부? 수학은 일주일에 4시간 들었다. 나와 수업시간에 하는 것들은 수학책, 수학익힘책 순서로 하다가 똑똑 수학..

어린이책의 묘미

아이들과 1-2주마다 도서관에 간다. 3-4년 전 동네에 생긴 시립도서관은 나의 힐링 공간이자 아이들에겐 만화책을 마음껏 골라 볼 수 있는 천국이다. 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도서관 가는 것 자체가 좋기 때문이다. 6시까지 열리는 공공도서관에 아이들 하교 후 같이 가도 항상 환하게 밝다. 주말 빼고 평일 늦은 오후 그 넓고 포근한 도서관은 우리들 차지다. 그것도 마음에 든다. 가끔 둘째가 책을 보다 말고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면 누나랑 엄마에게 큰소리로 말하는 것이 신경 쓰이긴 해도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조금은 허용적이라 좋다.  도서관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익숙하게 학습 만화가 꽂혀 있는 서가로 가고, 나는 일단 책을 반납한 후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을 고르러 간다. 익숙한 서가 위치에 아이들이 선호하는 책이 ..

아이에게 꼭 가르치고 싶은 것

숨 가쁘게 3월이 지나가고 있다. 1학년 입학한 둘째는 지난주까지 입학적응기간을 마치고 이번주부터는 5교시도 있는 수업을 하고, 방과후학교도 시작을 했다. 아직 교내 교실 위치를 잘 모르는 아이가 미덥지 않아서 몇 번이고 방과 후 교실 위치와 수업 시간을 알려주어도 건성으로 듣는 중 마는 둥 아이가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도 새로 시작한 여러 개의 방과 후 수업이 나름 마음에 들었는지 집에서도 숙제라면서 책을 들춰본다. 첫째는 운 좋게 2학년 때 교실이 3학년 교실로 그대로 되면서 방과후 수업 동선도 빠르게 파악했다. 같은 반에 친한 친구가 없다며 투덜거렸는데 그래도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서 학교 다니는 것이 재밌다며 일찍 등교하는 아이의 뒷모습이 믿음직스럽다. 문제는 나다. 전입한 이후로 예전 학교와 ..

좁쌀 같은 내 인생

좁쌀 같은 내 인생좁쌀 같이 생각하니까 좁쌀같이 사는거야.by 커버 > 작가명 클릭">다시Mar 10. 2024 내 인생이 다른 이에 비해 초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빠의 한 마디에 현타가 왔다. 이런 말을 듣게 된 배경은 요즘 세상이 하도 비트코인과 엔비디아로 뒤숭숭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없고, 비트코인 없는 인생은 좁쌀이 되어버리는 세상이다. 아빠는 투자에 관심이 많으시다. 시골에서 농사만 수십 년째 지으시는 70세 할아버지가 어떤 젊은이보다주식 시황 유튜브나 투자 관련 방송을 많이 들으신다. 공모주 청약 일정도 빠삭하시고 많은 수는 아니지만 배당받은 주식 공모가가 따상에 따따상까지 간 적도 있다. 무려 테슬라가 천슬라라고 불리던 시절에 주식을 갖고 계셨고 애플이 100달러 언저리였을 때부터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