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저녁에 끈 달은 일년 중 가장 크고 밝다고 한다. 사람들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빌기도 하고 달 아래 모여 달맞이를 하기도 한다. 나는 연휴 내내 피곤했다. 달을 떠올릴 새가 없었다. 평소보다 많이 만나는 친척들은 반갑기도 하지만 그 이후에 해야할 여러가지 일들은 내 몫이었다. 집안일을 끝내고 아이와 함께 달을 보러 나갔다. 하늘에 어둠이 가득했고 구름이 잔뜩 깔려 있었다. 달이 잘 보이는 곳을 향해 걷고 또 걸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조금의 빛도 환하게 반겼다. 어느 정도 걸었는지 일을 하느라 굽어진 등은 자연스레 펴지고 두 팔과 두 다리는 자유로웠다. 뒷산에서 달도 구름으로부터 자유를 찾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떴다. 구름에 가렸지만 달은 환했다. 이제서야 진짜 추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