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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자

마음이 어수선할 때 글이라도 쓸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아침에 둘째 유치원 등원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한 통 왔다. 이 시간에 걸려올 전화가 없는데? 전화번호가 우리 지역번호로 시작해서 받았다. "여기 @@ 병원인데요. 저번에 검사하신 결과 나와서 연락 드렸어요. 언제쯤 내원 가능하신가요?" 이번 주 화요일 피검사를 받았는데 벌써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해서 마음 놓고 있었는데 전화를 끊고 나니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이렇게 검사 결과가 빨리 나온 것을 보니 수치가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닐까? 우리 둘째 아직도 엄마 징징인데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지? 내 나이 37, 아직 젊은데 별 일이야 있겠어? 아니,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불안은 증폭되어 아이가 유치원 교실에..

도망치고, 찾고 - 요시타게 신스케

아이 키우는 집이라면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그림책은 너무나 익숙할 것이다. 나는 정말 이 작가의 그림책을 좋아한다. 짤막한 팔과 다리, 무성의한 듯 대담한 선, 당황스럽게 많은 여백, 정말 쥐어박고 싶은 실감나는 표정 등등의 이유가 많지만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상상력이다. 이 작가의 그림책을 보면 나도 덩달아 상상하며 둥실둥실 날아가게 된다.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이 애정하는 책인 와 오줌이 자주 찔끔 새는 아이의 호기심을 담은 읽다가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 생각에 웃다 울었던 달걀 하나로 무수히 많은 요리를 생각해내는 뭐든지 다있지만 베스트셀러 되는 방법 가르쳐주는 책만 없는 맨날 땀 흘리는 우리 딸 생각나서 빌린 작가의 모든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발견하게 되면 꼭..

2022/독서 후기 2022.07.13

글쓰기의 어려움

브런치를 알게 된 것은 3월 즈음이었다. 다음 앱의 여러 탭 중 눈길 가는 것이 있어 클릭을 하면 브런치로 연결이 되었다. 어떤 주제에 대한 글쓴이의 독특한 시선, 경험, 생각, 노하우, 평범한 일상 등이 다양하게 버무려진 글들이 많이 보였다. 메인 페이지에 올려질 정도면 기자나 전문 작가가 쓰는 것이 아닌가 했지만 내용은 일부 전문적인 내용 빼고는 일반인들의 소소한 생활에 대한 이야기였다. 유쾌하고 재미있고, 공감이 가면서 심지어 이해도 잘 되었다. 그런 글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무모한 자신감이 생겼고 그래서 나도 해볼까 싶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브런치에 올려보았다. 처음엔 작가가 아니었기에 발행이 안되어서 서랍에 저장을 해두었다. 그저 떠오르는 대로 썼다. 그렇게 쓴 글들은 두루뭉술했고 오랜..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아주 어릴 때부터, 아마도 대여섯 살 때부머 나는 내가 커서 작가가 되리란 걸 알고 있었다. 열일곱 살 때부터 스물네 살 때까지는 그 생각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그게 내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며 조만간 차분히 앉아 책 쓰는 일을 해야 하리란 의식을 갖고 있었다. 나는 삼남매의 둘째였고 아래위로 다섯 살씩 차이가 났으며, 아버지는 여덟 살이 될 때까지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난 좀 외로웠고, 이내 남들이 싫어할 만한 버릇을 들이는 바람에 학창 시절 내내 인기가 없었따. 나는 외로운 아이들이 흔히 그렇듯 이야기를 지어내고 상상 속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습관을 갖게 됐는데, 애초부터 나의 문학적 야심을 고립됐고 과소평가됐다는 느낌이 뒤섞여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에게 낱말을..

2022/독서 후기 2022.07.05

여름 비빔 국수

이번 주는 엄마로서 넘치게, 그동안 경험한 바 없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아이들과 나, 셋이서 경주 여행을 다녀왔는데 화내지 않고 온전히 행복한 3일이었다. 그러므로 아이들을 목요일에 등교, 등원시키고 난 후 나의 시간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곧바로 수영장으로 갔다. 5일 동안 못 갔던 수영장에 가니 소독 냄새도, 샤워실의 후끈한 열기도, 아는 듯한 모르는 사람들과의 어색한 눈인사도 그리웠었나 수영장은 나의 남은 모든 에너지를 탈탈 털어갔다. 겨우 5일 못 간 것뿐인데 나의 몸은 물을 몰랐던 그때로 되돌아간 듯 호흡은 어렵고 팔과 다리는 내 것이 아니었다. 자유형은 이제 겨우 허우적거리지 않을 정도, 배영은 넘실대며 코로 들어오는 물을 뱉..

잘하고 있구나

첫째의 공개수업이 있어 학교에 다녀왔다. 아이는 늦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고 나도 늦지 않게 가려고 준비해서 제시간에 맞춰 갔다. 아이는 복도 창문 밖에 보이는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엄마가 와서 안도하는 눈빛이었다. 이미 교실과 복도에는 많은 학부모님들이 와서 서계셨다. 다들 나처럼 아이들이 어떻게 학교에서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아이가 유치원에서 하는 모든 행사에 부모는 참가할 수 없었기에 초등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학교에 초청되어 아이의 수업을 참관하는 것은 의미가 컸다. 제일 궁금한 것은 아이가 교실에서 어떻게 수업을 받고 있는지였다.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글씨는 잘 쓰는지 자기 자리 정리는 잘하는지 등등 궁금한 것은 많아도 40분 안에 볼 수 있는 것은 아이가 어떤 자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