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에 나온 엄마는 계속 밥을 한다. 거실과 마당에서 반찬을 할 나물을 다듬는다. 가지를 썰고 고구마줄기를 깐다. 엄마가 해 준 밥상은 따듯하고 풍요롭다. 막 무친 제철 나물과 푸성귀, 국, 숭늉. 막 끓인 숭늉을 아버지와 구씨에게 줄 때 그들은 술술 잘 마신다. 식사가 끝나고 마시는 숭늉은 그냥 물이 아니다. 한 끼를 끝까지 잘 먹었다는 의식이다. 숭늉은 전기밥솥으로는 안된다. 냄비로 밥을 해야 남은 누룽지에 물을 붓고 끓일 수 있다. 우리 엄마도 냄비로 밥을 지었다. 어렸을 때 아침을 먹고 나면 엄마는 고소한 누룽지를 긁어서 나와 동생에게 주었다. 어떤 날은 설탕을 뿌려줘서 달콤하고 쫀득한 누룽지를 먹으면서 티비를 보거나 학교에 갔다. 다른 날은 물을 붓고 숭늉을 해주면 밥대신 감치를 올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