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점차 가까워 온다. 모두 일찍 잠이 들었다. 아이들 숨소리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고요히 방을 채운다. 오늘은 별일 없이 마음만 바쁜 날이었다. 태풍 때문에 아이들 학교와 유치원은 원격수업으로 대체되었지만 원격수업의 주체인 나는 학교로 가야 했기에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았다. 평소와 비교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로 갔다. 7시 30분. 그렇게 일찍 갈 필요는 없었는데 마음만 급해서 일찍 갔다. 나보다 더 빨리 오신 유치원 선생님은 아무도 보지 않는 벽에 있는 먼지를 빗자루로 쓸고 계셨다. 나도 금요일에 급하게 나오느라 엉망인 교실을 쓸었다. 바람이 스산하게 분다. 비는 올듯 말 듯. 구름이 산에서 하늘로 올라가며 산머리를 가득 메운다. 이따금 떼로 움직이는 새들은 무엇을 피하는지 정신없이 날갯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