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나 혼자 있다 72

글쓰기의 어려움

브런치를 알게 된 것은 3월 즈음이었다. 다음 앱의 여러 탭 중 눈길 가는 것이 있어 클릭을 하면 브런치로 연결이 되었다. 어떤 주제에 대한 글쓴이의 독특한 시선, 경험, 생각, 노하우, 평범한 일상 등이 다양하게 버무려진 글들이 많이 보였다. 메인 페이지에 올려질 정도면 기자나 전문 작가가 쓰는 것이 아닌가 했지만 내용은 일부 전문적인 내용 빼고는 일반인들의 소소한 생활에 대한 이야기였다. 유쾌하고 재미있고, 공감이 가면서 심지어 이해도 잘 되었다. 그런 글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무모한 자신감이 생겼고 그래서 나도 해볼까 싶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브런치에 올려보았다. 처음엔 작가가 아니었기에 발행이 안되어서 서랍에 저장을 해두었다. 그저 떠오르는 대로 썼다. 그렇게 쓴 글들은 두루뭉술했고 오랜..

여름 비빔 국수

이번 주는 엄마로서 넘치게, 그동안 경험한 바 없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아이들과 나, 셋이서 경주 여행을 다녀왔는데 화내지 않고 온전히 행복한 3일이었다. 그러므로 아이들을 목요일에 등교, 등원시키고 난 후 나의 시간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곧바로 수영장으로 갔다. 5일 동안 못 갔던 수영장에 가니 소독 냄새도, 샤워실의 후끈한 열기도, 아는 듯한 모르는 사람들과의 어색한 눈인사도 그리웠었나 수영장은 나의 남은 모든 에너지를 탈탈 털어갔다. 겨우 5일 못 간 것뿐인데 나의 몸은 물을 몰랐던 그때로 되돌아간 듯 호흡은 어렵고 팔과 다리는 내 것이 아니었다. 자유형은 이제 겨우 허우적거리지 않을 정도, 배영은 넘실대며 코로 들어오는 물을 뱉..

잘하고 있구나

첫째의 공개수업이 있어 학교에 다녀왔다. 아이는 늦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고 나도 늦지 않게 가려고 준비해서 제시간에 맞춰 갔다. 아이는 복도 창문 밖에 보이는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엄마가 와서 안도하는 눈빛이었다. 이미 교실과 복도에는 많은 학부모님들이 와서 서계셨다. 다들 나처럼 아이들이 어떻게 학교에서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아이가 유치원에서 하는 모든 행사에 부모는 참가할 수 없었기에 초등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학교에 초청되어 아이의 수업을 참관하는 것은 의미가 컸다. 제일 궁금한 것은 아이가 교실에서 어떻게 수업을 받고 있는지였다.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글씨는 잘 쓰는지 자기 자리 정리는 잘하는지 등등 궁금한 것은 많아도 40분 안에 볼 수 있는 것은 아이가 어떤 자세로..

친구 이야기

친구 아이가 얼마전에 돌이었다. 돌잔치를 하지 않아서 따로 축하금을 보내지 않은터라 마음이 걸려서 아기 장난감을 하나 사서 보냈다. 별 것 아닌 작은 선물에도 놀라워하고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친구의 마음씀이 더 고마웠다. 가까이 살면 자주 보고 그랬을텐데 친구는 서울, 나는 거제에 있다보니 얼굴보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본 게 삼년전 친구 결혼식이었을 거다. 친구 결혼식 전날 나는 정말 행복했다. 친구가 결혼을 서울에서 했기 때문이다. 거제에서 서울은 버스로 5시간이 걸린다. 당일 새벽에 출발해도 결혼식에 제 시간에 도착하기 어려워서 전날 올라가기로 했다. 결혼하고 합의하에 1박 2일로 외출한 것이 처음이라 친구가 결혼하는데 내가 결혼하는 날보다 더 설렜다. 다른 친구도 미리 하루 전에 올라와서 같이 놀자고..

갑자기 꽂힌 노래

비발디 사계 여름 (사계 전체) https://youtu.be/ZcvufxsthGs 장기하 부럽지가 않아 https://youtu.be/SzyB2xBqkps 장기하 그건 니 생각이고 https://youtu.be/bCMTgsFnc30 장기하 ㅋ https://youtu.be/ASI6oGRvDak 장기하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https://youtu.be/pd3eiF3bH38 이수영 스치듯 안녕 https://youtu.be/ariJuJMyziQ 임윤찬 https://youtu.be/DPJL488cfRw 진짜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아무것도 안하는 삶 안해도 되는 삶 안해도 아무도 뭐라고 안하는데 혼자 아등바등하는 나 힘빼고 살고 싶다. 진짜 아무것도 부..

직접 사는 맛

수요일은 아파트 장터가 있는 날이다. 아파트 장터라고 할 것도 없이 커다란 컨테이너 트럭 한대가 도착하면 그곳이 장터가 된다. 야채와 과일을 파는 사장님이 자신의 군단을 이끌고 아파트 입구 공터에 자리를 잡으면 그곳이 장터이다. 사장님은 혼자서 오지 않는다. 크게 과일과 야채 코너로 나뉘는데 과일은 사장님 포함 3명이 계산, 포장, 배달을 하고 야채는 평소에는 여자분 한 분만 계시는데 사실 과일보다 더 많은 손님이 찾기 때문에 종종 어머님으로 보이는 여사님 한 분이 더 오실 때가 많다. 커다란 트럭이 아파트 공터에 도착할 시간인 2시 가까이 되면 나는 마음이 급해진다. 빨리 점심도 먹고 운동도 하고 빨래도 개고 씻어야 밖에 나갈 수 있는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고 시간만 가기 때문이다. 창문 밖으로 내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