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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힘들다

월요일이 재량휴업일이라 주말을 끼고 친정에 다녀왔다. 일요일 월요일 날씨가 정말 좋아서 아버지와 아이들 가까운 곳에 여행을 다녀왔다. 친정에서 집으로 내려가는 길. 아이들은 뒷자리에서 자고 있고 나는 운전하며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이석훈의 브런치 카페라는 MBC FM포유에서 11시에 하는 라디오다. 좋은 노래가 많이 나와서 장수에서 거제까지 오는 길이 심심하지 않았다. 중간고사가 끝나서 홀가분하다는 어떤 학원 선생님의 사연이 소개되고 사연 끝에 디제이가 말했다. "학생 때 선생님들 보면 참 신기했어요. 수업 빨리 끝냈으면 좋겠는데 선생님들은 조금 더 수업하려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들은 하나도 안 힘든 줄 알았어요." 맞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빨리 일어나고 싶어 부릉부릉 ..

느낌을 살려 말해요

월요일 1교시는 국어, 3단원 느낌을 살려 말해요 마지막 시간이었다. 상황에 따라 말투와 표정, 몸짓을 다르게 해야 하고 듣는 사람, 읽는 사람의 연령대, 관심사에 따라 말하고 쓰는 내용을 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단원이다. 딱히 재미있는 단원은 아니라서 여러 차례 글을 읽고, 그 글을 요약하고 듣는 대상에 따라 발표하는 연습을 몇 번하니 마지막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 시간 학습 목표는 자신의 경험을 실감 나게 말하는 것이었다. 월요일 아침마다 보물상자를 쓴다. 보물상자는 자신의 경험을 잊지 않고 보물처럼 상자에 담아둔다는 뜻으로 그냥 일기다. 주제를 주말에 있었던 일로 하고 그 일을 실감나게 말하는 연습을 하면 수업 내용으로 알맞다고 생각했다. 돌아가면서 주말에 있었던 일을 하나씩 말했다. -가족들과 스즈..

상자 안에 담은 봄

출근 준비하고 있는데 시어머님에게 전화가 왔다. -바쁘나? -예. 이제 출근하려구요. -오늘 택배 갈껀데 파김치 들어있다. 경비실에 맡기라고 할까? -아니요. 저희 동네 택배 늘 오후에 도착해서 퇴근하고 바로 정리하면 될거예요. -그래. 아침에 바쁠텐데 출근해라. -예. 어머님! 오후에 다시 전화 드릴게요.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니 문 앞에 과일 상자 하나가 있었다. 낑낑 거리면서 상자를 옮기고 열어보니 15키로 짜리 택배 상자가 화수분이다. 꺼내도 꺼내도 뭐가 계속 나온다. 파김치 담은 커다란 비닐 봉투부터 달래, 시금치, 대파, 참외 대여섯알. 쌈배추까지 켜켜이 참 알뜰하게도 담으셨다. 파김치는 김치통에 옮겨 담아 김치냉장고에 넣거두고 채소들은 한번에 먹을만큼 나눠서 비닐팩에 넣었다. 한동안 채소 걱정..

빨래

빨래를 갠다. 건조기에서 꺼낸 지 언젠지 이미 눅눅해진 빨래를 갠다. 수건, 속옷, 내복이 뒤섞여있다. 구깃구깃한 빨래를 보다가 다시 집어 들었다가 던져버렸다가 다시 본다. 아이들 내복을 들어 반듯하게 갠다. 내일 씻을 때 기분 좋게 입으라고 반듯하게 펴서 갠다. 남편 빨래가 섞여 있다. 던져버렸다. 다시 애들 옷이다. 보들한 옷을 쓸어만 진다. 많이 입어 닳은 메리야스지만 딸냄새, 아들냄새 기분이 좋다. 다시 남편 빨래다. 있는 힘껏 던지기도 아까워 툭 내려놓는다. 구겨져있는 빨래를 한참동안 그 자리에 있게 해서 미안한 빨래를 늦은 밤에 갠다.

슬기로운 취미 생활

나의 취미는 악기 연주다. 엄청 우아해 보인다. 집에 있는 악기를 말하자면 일단 산지 7년 된 야마하 전자 피아노 1대 10년 된 오만 원짜리 우쿨렐레 하나 남편이 청혼할 때 연주하겠다고 나 몰래 산 통기타 하나 딸이 목재 체험장에서 만든 칼림바 하나, 그전에 예뻐서 산 아크릴 칼림바 하나. 리코더 두 개. 그리고 오늘 내가 만든 칼림바 하나 더 추가했다. 요즘 연주하는 악기는 피아노, 우쿨렐레, 칼림바다. 초등학교 때 유일하게 받은 사교육이 피아노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가 데려갔던 에인절 피아노 학원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주말 빼고 매일 갔었다. 나보다 두 살 많은 사촌 언니, 내 동생까지 같이 다녔다. 여름 방학, 겨울 방학 방학에도 쉬지 않고 정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맨날 다녔다. 5년..

커피 한 잔

커피를 좋아한다. 정확히 맥심 모카골드 믹스커피를 뜨겁게 타 먹는 것을 좋아한다.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서 먹는 커피 맛은 잘 모르겠고 한잔을 다 먹기도 힘들다. 나중에 알았는데 나는 카페인에 민감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그날 밤 잠은 다 잔 거다. 그래서 나만의 커피 음용법이 있다. 새벽에 일어나서 믹스 한잔. 퇴근하고 와서 다시 또 한잔. 이렇게 두 잔이면 충분했다. 따뜻하고 달다. 가볍지만 텁텁하다. 다 마시면 아쉽지만 더 먹긴 쓰리다. 예전엔 종이컵에 마셨는데 요즘은 컵에 타서 마신다. 손이 따뜻해져서 좋다. 식은 커피는 별로다. 차가운 내 손을 덥혀주면 노곤노곤해져서 좋다. 누군가 말하기를 믹스 커피 한잔을 마시면 평생 배출이 안된다고 한다. 건강에 안 좋아서 믹스커피 마시는 사람 별로 없지 ..

숙제를 해야 하는 이유

금요일 점심 시간 점심을 먹고 교실로 올라오니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교실에서 노는 아이들이 많다. 블록을 갖고 놀거나 교실에 있는 보드게임으로 논다. 복도에서 옆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잡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간단하게 양치를 하고 아이들이 신청한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 책상 옆에 서 있는 것을 좋아한다. 한 두명이 옆에 오기 시작하면 또 다른 아이들도 와서 기어이 책상을 둘러 싸고야 만다. 강강술래를 하자는 것인가? 아이들이 옆에 서서 이야기를 건네지만 동시에 많은 아이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이야기에 대답을 해야 하는 건지 헷갈린다. -선생님 강아지 좋아해요? 고양이 좋아해요? -선생님 오늘 체육 뭐해요? -선생님 체육 팀 어떻게 나눠요? -선생님 화장실 다녀와도 돼..

다시 그 아이들

휘몰아치는 2주가 지났다. 지난 2주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학년이 바뀌고 교실이 바뀌고 동학년 선생님들이 바뀌었다. 업무가 바뀌고 교장선생님이 바뀌고 많은 선생님들이 오고 갔다. 우리 딸과 아들은 학년이 올라가고 유치원 반이 달라졌다. 반깁스를 두 달간 했던 왼발은 이제 조심만 하면 된다기에 깁스도 풀었다. 새 학급 일지를 만들었고 교실 환경을 바꾸었다. 2월 말. 학교는 이렇듯 많은 것이 바뀐다. 뒤섞인 레고 조각들 속에서 맞는 조각을 하나 둘 찾아서 맞추다 보면 어느새 그럴듯한 모양이 만들어지듯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새 3월을 맞이한다. 새 학년 교육과정 연수 기간 중 학년과 업무가 정해졌다. 원하던 학년과 원하는 업무를 배정받았다. 이런 일은 극히 드문데 그것이 가능했다. 동학년 선생님들과 처..